하드락, 시간강사와 지도자과정
SOLITAIRE 2011/03/25 18:45 |
신촌에 도착했을 때, L과 O는 수육인지 족발인지를 먹고 있었다. 나는 저녁인지 점심인지를 먹고 얼마 안되었기에 젓가락만 받았다. 마침 거의 다 먹어가는 듯 했다. 우리가 만난 핑계는 L의 생일이 얼마 전이었기 때문이다. 말 한마디라도 챙기지 못한 것이 내심 미안했기 때문에 O가 자리를 만들었다. 뭐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나름 죽마고우인 셋이 모여서 밥이나 술을 마실 이유는 딱히 필요가 없긴 하다.
술을 마시기 위해 자리를 옮기는데, 나는 맥주를 마시자고 했다. O는 맥주만 마실 것인지, 양주나 칵테일도 혹시나 마실 것인지 물어봤다. 나는 맥주를 마시고 싶었지만, 저번에도 O와 같이 간 그 허름한 맥주집은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다른 것도 마실 수 있는 곳으로 가자고 했다. 지나가다가 눈에 띈 곳은 우드스탁이란 곳이었는데, 지나가다 본 것인지, 아니면 언젠가 한번 간 적이 있었는 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확실히 다른 곳에 있는 우드스탁은 몇 번 간 적이 있었지만, 아무튼 그곳도 옛날 음악을 크게 틀어준다는 것에서는 다를 바가 없을 것 같았다.
술집에 들어서자 가게 어디에나 가득찬 낙서와 어두운 조명, 대화가 좀 힘들 정도로 시끄러운 음악이 우릴 맞이했다. 우리는 목청을 높여가며 일본 지진 같은 시사 문제를 얘기했다. 말 나온 김에 첫잔은 기린 이찌방을 마셨다. 술집 주인이 틀은 것인지 신청곡인지는 모르지만, smoke on the water나 superstition 같은 뻔한 노래가 나오고 있었다.
조금있다가 제일 구석인 우리 테이블 앞 자리에 약간 구겨진 흰색 마이를 입은 40대 아저씨가 혼자 들어왔다. 우리가 두 병 정도 마실 동안 그는 대여섯번 정도 보드카와 맥주를 시키는 듯 했다. 들어올 때 좀 피곤해 보이는 인상이었는데, 조금 지나자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그 옆 테이블은 가운데를 크게 차지하고 있는 단체석이었는데, 40~50대쯤 되보이는 아저씨 10명 정도와 젊은 여자 한명이 왁자지껄 들어와서 폭탄주를 만들어 마시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 단체를 분석하기 시작했는데, 경영지도자 과정 같은 걸 듣는 사람들 모임이 아닐까하고 결론을 내렸다. 젊은 여자 한명은 조교라고 생각됐다. 여자는 동분서주하며 이런저런 사람에게 술을 따르고 같이 사진을 찍자는 아저씨들의 요청에 응하느라 바빴다. 우리는 그 광경을 좀 비꼬듯이 해석했다. L은 그 여자가 업소녀가 아닐까 잠깐 추측하기도 했지만 O와 나는 그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 라이브가 나오자 그 모임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오바한다,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이어서 나도 잘 모르는 어떤 노래가 나왔는데, 그들 중 한명이 노랠 잘 안다는 식으로 과시하듯 따라 불렀다. 그들 외에 외국인들로 이루어진 단체 손님도 들어왔다. 하나 같이 착해 보이는 조용한 사람들이었다.
나는 혼자 온 40대 아저씨를 주목하고 있었다. 혼자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아저씨는 열심히 몸을 흔들고 있었다. 하긴 우리야 이런 노래들을 좀 지나서 단지 알고 있을 뿐이지만, 저 아저씨 시절에는 한창 때 노래였겠지. 누가 신청했는지 콜드 플레이같은 요즘 노래들도 나오고 그랬는데, 오아시스의 don't look back in anger 가 나올 때쯤은 손을 머리 위로 들고 춤사위를 쳤다. 나는 오아시스의 광팬이 아니라서 잘 몰랐지만 O에 따르면 아저씨는 쌍 퍽큐를 드는 오아시스 팬의 전형적 퍼포먼스를 하고 있었다고 했다. 오아시스 노래가 끝나자 외국인 손님들이 그를 자기네 테이블 쪽으로 불러 앉혔다. L과 O는 그 외국인들이 아니었으면 그 아저씨와 같이 합석을 하고 싶었다고 얘기했다. 나도 그랬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지도자과정' 단체만 없었어도, 훨씬 즐거웠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눴다. 우리는 자리를 마무리하고 술집을 나서며 아저씨의 직업에 대해 추측해 보았다. 그가 시간강사라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시간강사와 지도자과정. 그 둘의 대조적인 모습이 삶을 대하는 태도와 결과를 반영하는 듯해서 좀 씁쓸했다.
...하지만 또 돌려서 생각해보면, 둘 다 우리의 상상 속에서 나온 결론이니, 씁쓸한 것은 단지 우리 선입견의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술을 마시기 위해 자리를 옮기는데, 나는 맥주를 마시자고 했다. O는 맥주만 마실 것인지, 양주나 칵테일도 혹시나 마실 것인지 물어봤다. 나는 맥주를 마시고 싶었지만, 저번에도 O와 같이 간 그 허름한 맥주집은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다른 것도 마실 수 있는 곳으로 가자고 했다. 지나가다가 눈에 띈 곳은 우드스탁이란 곳이었는데, 지나가다 본 것인지, 아니면 언젠가 한번 간 적이 있었는 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확실히 다른 곳에 있는 우드스탁은 몇 번 간 적이 있었지만, 아무튼 그곳도 옛날 음악을 크게 틀어준다는 것에서는 다를 바가 없을 것 같았다.
술집에 들어서자 가게 어디에나 가득찬 낙서와 어두운 조명, 대화가 좀 힘들 정도로 시끄러운 음악이 우릴 맞이했다. 우리는 목청을 높여가며 일본 지진 같은 시사 문제를 얘기했다. 말 나온 김에 첫잔은 기린 이찌방을 마셨다. 술집 주인이 틀은 것인지 신청곡인지는 모르지만, smoke on the water나 superstition 같은 뻔한 노래가 나오고 있었다.
조금있다가 제일 구석인 우리 테이블 앞 자리에 약간 구겨진 흰색 마이를 입은 40대 아저씨가 혼자 들어왔다. 우리가 두 병 정도 마실 동안 그는 대여섯번 정도 보드카와 맥주를 시키는 듯 했다. 들어올 때 좀 피곤해 보이는 인상이었는데, 조금 지나자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그 옆 테이블은 가운데를 크게 차지하고 있는 단체석이었는데, 40~50대쯤 되보이는 아저씨 10명 정도와 젊은 여자 한명이 왁자지껄 들어와서 폭탄주를 만들어 마시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 단체를 분석하기 시작했는데, 경영지도자 과정 같은 걸 듣는 사람들 모임이 아닐까하고 결론을 내렸다. 젊은 여자 한명은 조교라고 생각됐다. 여자는 동분서주하며 이런저런 사람에게 술을 따르고 같이 사진을 찍자는 아저씨들의 요청에 응하느라 바빴다. 우리는 그 광경을 좀 비꼬듯이 해석했다. L은 그 여자가 업소녀가 아닐까 잠깐 추측하기도 했지만 O와 나는 그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 라이브가 나오자 그 모임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오바한다,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이어서 나도 잘 모르는 어떤 노래가 나왔는데, 그들 중 한명이 노랠 잘 안다는 식으로 과시하듯 따라 불렀다. 그들 외에 외국인들로 이루어진 단체 손님도 들어왔다. 하나 같이 착해 보이는 조용한 사람들이었다.
나는 혼자 온 40대 아저씨를 주목하고 있었다. 혼자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아저씨는 열심히 몸을 흔들고 있었다. 하긴 우리야 이런 노래들을 좀 지나서 단지 알고 있을 뿐이지만, 저 아저씨 시절에는 한창 때 노래였겠지. 누가 신청했는지 콜드 플레이같은 요즘 노래들도 나오고 그랬는데, 오아시스의 don't look back in anger 가 나올 때쯤은 손을 머리 위로 들고 춤사위를 쳤다. 나는 오아시스의 광팬이 아니라서 잘 몰랐지만 O에 따르면 아저씨는 쌍 퍽큐를 드는 오아시스 팬의 전형적 퍼포먼스를 하고 있었다고 했다. 오아시스 노래가 끝나자 외국인 손님들이 그를 자기네 테이블 쪽으로 불러 앉혔다. L과 O는 그 외국인들이 아니었으면 그 아저씨와 같이 합석을 하고 싶었다고 얘기했다. 나도 그랬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지도자과정' 단체만 없었어도, 훨씬 즐거웠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눴다. 우리는 자리를 마무리하고 술집을 나서며 아저씨의 직업에 대해 추측해 보았다. 그가 시간강사라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시간강사와 지도자과정. 그 둘의 대조적인 모습이 삶을 대하는 태도와 결과를 반영하는 듯해서 좀 씁쓸했다.
...하지만 또 돌려서 생각해보면, 둘 다 우리의 상상 속에서 나온 결론이니, 씁쓸한 것은 단지 우리 선입견의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